언론보도

작성일 : 2018-03-05 11: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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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장간기획-다가오는 '목말사회']미혼모 2만명 시대 "복할 자신 있는데 편견에 눈물"
작성자 : 관리자 (admin) 조회 : 21,882

http://v.media.daum.net/v/20180305060249926?f=m&rcmd=rn



④ 가족 이데올로기에 발목잡힌 미래

머잖아 우리나라는 젊은이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목말사회’가 됩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생산가능인구는 줄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서 주인공은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몇명’ 같은 양적 목표였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의 삶과 그들의 무게는 ‘아이는 행복’이라는 일방적인 구호에 가려져 있거나 조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세계일보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저출산·고령화의 새로운 해법을 고민해보는 ‘다가오는 목말사회’를 연재합니다.

“왜 아빠 정보를 안 넣었어요?”

오미영(34·여·가명)씨는 아들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동주민센터 창구 앞에 섰다. 예상한 질문이지만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사이 다시 질문이 날아왔다. “왜 애 아빠 주민등록번호를 안 적었냐구요?”

침을 꼴깍 삼키며 심호흡을 한 그는 겨우 “개인정보라 몰라서…”라고 말을 흐렸다. 그러나 담당공무원은 쉴 틈도 주지 않았다.

“남편 주민등록번호도 몰라요?”

오씨는 작은 목소리로 “결혼을 안 했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를 혼자 낳았어요.”

온 힘을 쥐어짜내 답했다.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스물아홉 되던 해에 홀로 아들을 낳은 오씨의 출생신고 경험이다.
◆‘정상가족’의 대척점, 미혼모

지난해 출생아 수가 35만80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인구절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원인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다산 장려’만 외치던 정부가 뒤늦게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로 방향을 틀었지만 분위기 반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내세우는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란 양육에 대해 개인·가정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사회·정부가 함께하는 속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다. 그러나 열악한 사회 인식과 정부 정책 부재 등으로 현실에는 이혼가정에서 조손가정, 미혼모, 미혼부 등에 이르기까지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도 미혼모는 뿌리 깊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갇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처지다.
서울의 유명대학을 졸업한 오씨는 대기업 ‘커리어우먼’으로서 20대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혼전 임신을 부담스럽게 여기지도 않았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예비 아빠가 이씨 명의로 몰래 대출받아 벌인 사업에 실패하면서 출산을 한 달 앞두고 결혼의 꿈은 산산조각났다. 그가 미혼모가 된 사연이다.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라는 단어를 꺼내기조차 어렵다. 미혼모 문제를 ‘철없는 10대들의 일탈’쯤으로 치부하는 사고방식이 대표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미혼모·미혼부 통계가 처음 잡힌 것도 2015년이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국내 미혼모는 2만3936명. 이 중 10대 미혼모는 1.4%인 463명에 그친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 후반(20.3%)이고 다음으로 40대 초반(17.2%), 30대 초반(16.5%) 등 순이다. 대한민국 ‘보통 엄마’들 분포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취업 포기 강요당하는 미혼모

미혼모라고 해서 아이를 키우지 말라거나 직장을 갖지 말라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현실은 딴판이다.

오씨는 홀로 아이를 낳느라 결국 대기업을 그만뒀다. 출산 후 한 회사에 취직한 적이 있다. 면접 때 자신이 미혼모임을 밝혔다. 인사담당자는 “남편이 아파서 홀로 키우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 일찍 퇴근해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오씨를 나름대로 배려한 것이었다.

회사에서 오씨는 남편을 병간호하며 홀로 아이를 키우는 불쌍한 억척맘으로 여겨졌다. 먼저 이야기해 둔 것도 있어 회식이나 업무 외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고맙기는 했으나 동료들과 점차 멀어졌다. 점심도 혼자 먹는 날이 많아졌다. 부끄러운 것도, 잘못한 것도 아닌데 거짓말로 채워 간 회사생활은 결국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오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오씨는 문화센터 강사 일도 맡아봤다. 미혼모티를 내기 싫어서 화장도 진하게 하고 옷도 잘 차려입었다. 그러자 난데없이 ‘남편이 대기업 임원이라 강사는 취미로 한다’는 등 갖은 소문이 나돌았다. 거짓 소문을 견디지 못한 오씨가 미혼모라고 ‘커밍아웃’하자 수강생들이 강의를 거부해 이 일도 그만둬야 했다. 이후 음식을 만들어 파는 등 사업에도 뛰어들어봤지만 사람을 상대하면서 미혼모임을 숨기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미혼모들은 어렵게 직장을 잡더라도 어느 정도 근속 연수를 채우기가 힘들다. 육아휴직 등 각종 모성보호제도의 대상에 오를 기회 자체가 없다.

최근 정부가 육아휴직 조건을 근속기간 1년 이상에서 6개월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여성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으나 미혼모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미혼모단체 인트리(人-tree)의 최형숙 대표는 “미혼모들은 면접을 통과하는 것도 어렵지만, 취직에 성공하더라도 미혼모 신분이 알려지는 즉시 다방면으로 사직 압박에 시달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사회적 낙인 탓에 경력단절 여성이 되고,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해 정부 정책에서 계속 소외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상가족=행복가족?

미혼모나 미혼부 외에도 동거커플, 딩크족(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 이혼가정 등 갈수록 가족형태가 다양화하고 있다. 2015년부터 1인가구는 전체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정상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전히 굳건하다.

오씨의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그려오는 그림 속에서도 가족의 모습은 보통 4인이다.

“사랑을 주고 지지받을 수 있는 울타리가 가족이지, 어떤 형태냐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오씨는 “정상가족이라고 해서 더 행복할 가능성이 클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불행하리라는 건 선입견일 뿐”이라며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결손가정 등 낙인을 찍고 죄책감을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오씨는 잠시 무직자로 살아가고 있다. 대신 아들을 키우는 데에 더 집중한다. 그는 “애 하나만 보면 되는 지금을 내 인생의 황금기로 믿고 살고 있다”며 “잘 키운 아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도록 함께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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